2011.4.28(목) 조선일보 33면 사설코너[편집자에게]

"귀한 인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국식품상사 대표이사 이민재(22기)

20년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으며 직원 부모님께 예쁜 인사장과 함께 마음의 선물을 보내 드리길 추천한다. 우리 회사는 예전부터 직원 입·퇴사 때나 어버이날, 설, 추석이면 예쁜 카드와 함께 작은 선물을 보내왔다. 별것 아니지만 특히 부모님들이 너무 신나하시기 때문이다. 받아서 맛이 아니라 단지 존중받고 인정받아 좋은 것이며, 그러기에 회사도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고 또 다른 뭔가의 이벤트를 만들고 싶어진다.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작은 관심과 약간의 지출만 감내한다면 대부분 회사에서 가능하리라 본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은 어렵지만 일단 시작만 하면 그다음은 손쉬운 법이다.

직원 부모님께 무언가 정성을 표시한다는 게 한편은 생소하고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당장 시행해 보길 권한다. 유독 우리나라만큼 정 많은 부모들이 또 있을까? 요즘 기업문화를 보면 예전에 비해 경영자와 직원 간에 또는 동료 간에 잔정이 메말라 가는 현실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80년대 초에는 회사도 작고 박봉이었지만 사장과 직원, 직원과 직원 간에 인정이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났다. 명절이면 고향에 가지 못한 직원들을 사장이 집으로 불러 떡국과 송편을 나눠 먹고 막걸리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윷놀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이런 광경을 볼 수가 없다.

얼마 전 모 백화점에서 퇴직하는 임직원들뿐 아니라 이미 퇴직한 임직원들의 자녀 등록금을 회사가 지원하기로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4일자 A14면) 이렇게 넉넉한 선물은 아닐지라도 나름 실정에 맞는 마음의 선물과 엽서에 따뜻한 마음을 써서 보내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동화되고 기계 시스템에 의존한다지만, 기업을 구성하는 원천은 직원들이다. 작은 정을 나누다 보면 '정'이라는 알곡은 몇 배 커지고, 이는 자동화 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이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일터는 정이 많은 편이다. 이는 우리만의 장점이자 무형의 사회자산이다. 일본만 해도 우리 같은 직장 내 '정'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부러워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각 기업에서 직원 부모님께 "귀한 인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장과 함께 마음의 선물을 한다면 우리 사회가 퍽 훈훈해지지 않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7/20110427024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