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도 휴대폰 관련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면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이동통신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첨단의 개인정보라 할 수 있는 위치정보 등을 실시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테러 방지 등 신규 국가안보와 관련된 규제 및 법률에서도 휴대폰 통화를 의무 감청하도록 한 부분이 논란이 되는 것처럼 이동통신 분야가 정보보호 차원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든 개인 정보보호 관련 법률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로부터 부당하게 생길 수 있는 개인 자유와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자 개인의 정보는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위험에 처해졌을 때 위험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신속한 구조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개인 위치 및 각종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은 어떨까?

휴대폰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위치정보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위급 상황에서 개인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 사이에 과연 적절한 기준을 마련할 방안이 없는 것일까?

문제는 기술적ㆍ제도적 방안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 인프라로 동작하는 휴대폰에 대한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무관심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작년 70대 어부 연쇄 살인사건과 홍대 앞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피해 여성들은 경찰에 수차례 전화를 했음에도 범인과 대치한 상황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끊기를 반복하다 결국 변을 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휴대폰이 단순한 통신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 사업자들이 일부 제품에 비상호출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세심한 배려와 기술적 검토 없이 형식만을 갖추다 보니 실제로 위급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역시 민생 치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정보 보호의 흑백적 논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 또한 당장 이익이 없다고 해서 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여론 추이만을 지켜보는 듯하다.

개인 정보보호 목적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이 생존할 수 있는 안전의 권리일 것이다.

현행 위치정보법은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위치 정보를 남용하게 될 것을 우려해 가장 기동력이 있는 경찰에 위치정보 수집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이는 정보보호 양면에서 최소한의 보호만을 고려해 보다 근본적인 생명 안전의 권리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2004년도 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손실비용이 20조7951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강력한 범죄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같이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과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데도 현행 위치법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위치 정보에 대한 접근을 매우 제한하고 있어 수사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 의견이 많다.

더욱이 개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개인 정보보호의 목적이자 궁극적인 방향이기 때문이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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