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기 최병채 사장]

[조선일보 김덕한 기자]

“제가 같이 뛰기로 했습니다. 뛰지 못하는 형진이 친구들의 마음까지 함께 담아서요.”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군이 일하는 악기부품 제조업체 ㈜진호의 최병채

(崔秉采·48) 사장은 14일 여의도 한강변에서
열리는 중소기업마라톤대회에

형진군과 함께 출전한다. 마라톤 연습은커녕 평소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최 사장은

형진 군에게 통사정해 제일 짧은
5㎞에 함께 나가기로 했다.

12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하남시의 ㈜진호에는 형진군과 같은 발달장애인(자폐·정신지체장애인)

26명이 일하고 있었다. 전체 68명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에게 ‘마라톤’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형진군이 유명해지고 형진군의 신문기사가 회사 벽보에 붙을 때마다

일하다
말고 앞마당으로 뛰어나가 “마라톤 할 거다”라고 악을 쓰다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최 사장은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덩치는 어른이지만 5~6세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마라톤’은 영화에서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형진군과 같이 들어 올 겁니다. 결승선에서 우리를 맞을 형진이

친구들과 함께 만세를 부를 순간이
기다려집니다.”

최 사장이 이들을 처음 고용한 것은 2001년 한국육영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고교과정을

졸업하는 발달장애인 10명을 채용하면서부터였다.
농장이나 복지기관에 몇 명씩 겨우 취업하던

육영학교 졸업생들에게 민간회사의 정식 근로자가 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저희 아파트 바로 앞집에 발달장애아가 있었습니다. 남에겐 얌전한 아이가 제 엄마에게는

늘 고함지르고 매달리며 행패를 부렸죠. 그에게
일자리를 주면 가정에도 평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29명을 채용해 단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응에 성공했다.

“시간이 제법 지나도 계속 작업을 방해하고 부품을 팽개친 세 명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그 부모들에게 ‘악덕기업주’라는
비난을 들을 때에도 억울함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이 더 많았습니다.”

200평 남짓한 공장에서 이들은 ‘3인 1조’로 작업대에 앉아 기타 부품인

‘머신 헤드(Machine Heads·줄 감개)’를 조립하고
있었다. 형진군과 입사동기인 김형철(20)

군이 머신 헤드 손잡이를 고무망치로 두들겨 몸체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전동드라이버로

긴 나사못을 돌려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였다. 최 사장은 “저 정도 숙달되려면 1년 반 정도는

걸립니다”라고 말했다. 2003년 말 김군의 작업 속도는
정상인의 10% 수준. 지금은

반제품까지의 조립속도만 따지자면 90% 수준에까지 올라와 있다. 육영학교에서 교사 한 명을 상시

파견하고,
회사에서도 전담 직원을 두는 등 노력하고 인내한 결과다.

최 사장의 소망은 발달장애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고, 중국으로 내보낸 생산라인까지

모두 다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다.

“작은 공장이지만 월급 이외에 100가구의 가정에 행복까지 전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남=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

"노 대통령 `말아톤`배형진군과 미팅"

style="FONT-SIZE: 16px">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오찬을 겸해 이뤄진 1시간30분간의 만남 에는 배씨의 어머니 박미경씨,
배씨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 님
박경미씨, 배씨가 근무하는 악기부품조립회사
사장 최병채씨 등이 함께 했다. 배씨가 마라톤이 끝난 뒤 자장면을 즐겨 먹는다 고
해 오찬에는
중국음식이 나왔다.

style="FONT-SIZE: 16px">노 대통령은 배씨에게 “착하게 생겼구나. 100만불짜리 다리를 좀 보자”고 말을 건네면서
배씨의 다리를 만져본 뒤 “마라톤을 잘하는 다리는
너무 굵지 않아도 되는군요”라고 말했다.
오찬 에 앞서 약 40분간 청와대 경내를 관람한 배씨는 노 대통령이
“ 구경 잘 했니”라고 묻자
“좋았어요. 사진을 많이 찍어서 좋았 어요”라고 대답했다.
배씨의 어머니 박씨는 “어떤 집은 장애아동 1명을 키우기 위해 많은 경우 한달에
500만원이 든다”며
장애 아동 가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사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 가정적 장애를
사회가 함께 부담하면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라며
“이 부분 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yle="FONT-SIZE: 16px">배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쓴 ‘형진아’라는 제목의 책에 ‘행복 하세요’라는 자필 사인을
곁들여 노 대통령에게 선물했으며 노 대통령은 답례로
배씨에게는 시계를, 어머니
박씨에게는 찻잔세 트를 선물했다.

style="FONT-SIZE: 16px">한종호기자 idhan@